[SE] “A path of blessing” 주식회사 기호 손부홍 대표님 인터뷰

가끔 TV를 보다보면 배우 이선균의 목소리가 재능기부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캠페인을 볼 수 있습니다. 일회용 플라스틱의 무분별한 사용 탓에 고래, 물개, 거북 등 바다 동물이 처한 위기 상황을 알리고 있는데, 상당히 심각한 문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일회용 플라스틱 용품을 안쓰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으며, 정책적으로 커피전문점을 대상으로 일회용 컵 사용 규제,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금지 등 여러 가지 대안들이 강구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여기 일회용 플라스틱 용품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친환경 플라스틱 용품을 만드는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올해 경기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은 주식회사 기호입니다.




A path of blessing(축복의 통로)

손부홍 대표님은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돌보라” 라는 기독교의 신념으로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서울에서 의류 유통사업을 15년간 했는데, 일본과 중국 수출도 하고, 국내 프로모션을 하며 브랜드에 납품 운영하는 등 바쁘고, 즐거운 일상을 보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돈을 벌더라도 어려운 곳에 쓰는 것이 결국 남는 것이라 생각했고, 아프리카에 식량 기부를 하거나 캄보디아에 유치원, 어린이집, 교회를 건설하는 등 열악한 지역에 다양한 기부활동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의류유통 사업이 사계절 내내 안정적인 수익 창출과는 거리가 있어 좀 더 안정적인 매출액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우연치 않게 기능성 쌀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하게 ‘누룽지를 한 번 만들어볼까’하고 시작한 일이 좋은 반응을 얻게 되자 ‘그럼 본격적으로 누룽지를 만들어 팔아보자’라고 해서 주식회사 기호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손부홍 대표님은 환경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국내에 PLA(Poly Lactic Acid) 상품이 생소할 때 발품을 팔아가며 공부를 했고, 누룽지 제조 사업과 더불어 현재 친환경 생분해성 제품 제조 사업도 주식회사 기호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누룽지와 PLA친환경 플라스틱 용품

주식회사 기호는 누룽지 판매 등 식품제조 부문과 PLA 친환경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조 부문으로 나누어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누룽지 제조 판매를 통해 지역사회의 경력단절여성, 고령자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자 하며, 이러한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경기형 예비사회적기업 중 일자리제공형으로 지정을 받았습니다.

주식회사 기호에서 생산하는 누룽지의 강점은 우선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데 있습니다. 최고 품질의 벼를 재배하는 농가를 확보, 직접 도정한 현미를 평택시에서 생산되는 오색현미를 넣거나 표고버섯, 톳, 울금, 녹차, 다시마 분말을 넣어 만든 쌀을 첨가해 누룽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누룽지가 판매되기 까지 여러 가지 테스트를 거쳤으며, 이러한 노력으로 맛있고 품질이 우수한 누룽지가 제조되고 있습니다. 현재 롯데백화점, 전주한옥마을, 송탄농업협동조합 로컬푸드직매장 등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한번 맛을 보면 다시 구매하는 고객들이 많습니다. 특히 지역의 행사가 있을 때 시식코너를 운영하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반응이 좋습니다.

PLA 친환경 생분해성 플라스틱 용품의 경우 현재 에콘스쿡이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여행용컵, 에콘스쿡 주전자, 강아지·고양이 배변봉투, 빨대, 아이스커피컵, 쓰레기봉투 등 기존 플라스틱 용품을 대체하는 제품을 제조하고 있습니다. 주식회사 기호에서 제조하는 PLA 친환경 플라스틱 용품은 사용 후 버려지면 자연 분해되기 때문에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습니다. 현재는 OEM주문생산을 하고 있으며, 향후 사업규모가 확대되면 추가 고용도 창출할 예정입니다.

손부홍 대표님은 사람과 환경에 해가 되지 않은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일회용품을 사용하기 전에, 환경과 사람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을 한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정일문 팀장님과의 인연

손부홍 대표님은 정일문 영업팀장님과의 인연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원래 정일문 팀장님의 배우자와 손부홍 대표님이 함께 회사생활을 했었고, 정일문 팀장님과 손부홍 대표님은 이래저래 얼굴만 아는 사이였습니다. 어느날 정일문 팀장님께서도 직장생활에 지쳐 회의감을 느끼고 있을 때 운명의 장난인지, 마침 손부홍 대표님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고, 경영관련 누군가 일을 전담할 사람이 필요해 정일문 팀장님께 함께 일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 덕에 정일문 팀장님께서는 연고가 없는 평택으로 이사까지 오게 됐고, 지금껏 주식회사 기호의 비전을 보고 함께 하고 있습니다. 손부홍 대표님께서는 항상 감사하다고 하며, 이 사업이 잘되면 정일문 팀장님도 독립해 사업체를 경영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정일문 팀장님도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누룽지 공장도 창고 같았는데 인테리어도 하고, 장비도 하나둘씩 들여오고 하니 이제는 제법 기업다운 기업이 됐다고 자평합니다. 그리고 물품 종류도 많아지고 거래처도 늘어가는 모습에 주식회사 기호가 앞으로 얼마나 성장하고 변해 있을까를 기대하면 절로 힘이 난다고 합니다.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

손부홍 대표님은 경기형 예비사회적기업을 지정받지 않았더라도 사실상 기업 운영을 사회적기업 처럼 했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개인적인 부를 축적하기 위해 기업을 운영하는 아니라 수익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고, 무엇보다 일자리창출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주변 지인들은 누룽지를 자동화기계로 만들면 훨씬 돈도 많이 벌고 편할텐데, 구지 수제 고집하여 사람을 고용해 이 고생을 하느냐 라고 핀잔을 주지만 손부홍 대표님은 이런 시스템이 결국 많은 사람들을 고용할 수 있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올해로 주식회사 기호는 법인 설립 4년차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당시 PLA 친환경 플라스틱은 불모지였으나 올해 본격적으로 영업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점점 안정화되고 있고, 제품종류도 많이 늘었습니다. 이제껏 움츠렸다면 이제는 한 단계 올라서는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 내년에는 법인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해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평택시는 정말 좋은 도시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일단 지리적으로 산이 없고 평평해 살기 좋고, 태풍이나 가뭄 등의 재해가 없어 사람들이 모나지 않고, 여유가 있다고 합니다. 덧붙여 평택시 공무원분들이 너무나 일을 잘해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고 강조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어느새 평택시 주민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참 가을비가 우수수 쏟아지던 9월 초 주식회사 기호의 손부홍 대표님과 즐거운 인터뷰는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옥수수 섬유로 양말을 만드는, 어쩌면 우리에게 콘삭스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주식회사 더뉴히어로즈가 있다면 경기도에는 PLA를 활용해 친환경 플라스틱 용품을 만드는 주식회사 기호가 있습니다. 앞으로 환경보호와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주식회사 기호를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협)사람과세상 사회적경제본부 2팀
박정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