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7만이 채 안 되는 경기도의 작은 도시 과천. 그 곳에 ‘남녀노소 누구나 와서 쉴 수 있는 공간’을 꿈꾸며 지역주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협동조합이 있다. 바로 『협동조합 마을카페』이다. 협동조합은 2013년 9월에 설립되었으며,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카페인 ‘마을카페 TONG’은 바로 다음 달인 2013년 10월에 문을 열었다. 올해로 3년째에 접어든 마을카페 협동조합. 그 자세한 이야기를 이주희 이사장에게서 들어보았다.
Q. 협동조합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친환경 밥집,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도 눈치 보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는 곳, 청소년들이 교복을 입고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카페, 언제든지 편하게 찾아갈 수 있는 장소 등 ‘공간’에 대한 다양한 욕구들이 지역주민들 사이에 존재했다. 그러던 와중에 2012년 겨울,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되었고 마침 지역주민들과 함께 협동조합 강의를 듣고 있던 차라 협동조합으로 공간을 마련해보면 어떨까? 하는 고민을 진지하게 시작했다.
Q. 초기의 협동조합 구성원과 현재의 조합원은 어떠한가?
협동조합 마을카페의 시작점은 ‘누구나 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었고, 그렇기에 ‘누구나’ 우리의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었어야 했다. 시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2번 개최하고 협동조합 영화인 위캔두댓을 몇 차례 상영했다. 시민들에게 이 공간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와 협동조합에 대해 계속해서 설명했고, 그 결과 최초 설립동의자가 약 200명가량 모였다. 현재는 580여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아마도 카페 오픈 3주년이 되는 올해 10월 8일에는 조합원이 600명이 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조합원을 늘리기 위해 조합원 가입을 홍보하지도 딱히 주변을 독려하지도 않았다. 그저 지역사회 내에서 열심히 활동했을 뿐인데 감사하게도 지역 주민들이 그 뜻에 많이 동참해주었다. 협동조합에 대한 지역사회의 평판은 대단한 힘을 가진다. 협동조합을 하는 사람들이 이점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Q. 현재 카페 운영 상황은 어떠한가?
처음에는 돈가스, 간단한 제철밥상, 파스타 등 5가지 메뉴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메뉴가 20개 가까이 된다. 점점 메뉴의 폭이 넓어지다 보니 손님 층도 다양해졌다. 기존에는 전체 손님 중 70%가 조합원이었는데 현재는 비조합원의 이용이 많이 늘어 조합원 이용 비율은 전체 고객의 30%정도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아쉬운 점은 아직까지 흑자를 내고 있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적자폭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첫해 적자가 33%였는데 이듬해 9%, 작년에는 4.5% 까지 적자율이 줄어들었다. 아마도 올해는 처음으로 흑자를 보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Q. 카페 운영 이외에 다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나?
협동조합 마을카페의 활동으로는 첫째, 인문학강좌 운영이다. 살아있는 책을 만나다는 뜻에서 ‘사람책’이라는 인문학 강좌를 매해 운영하고 있다. 인문학, 철학, 과학 등 다양한 주제로 강사를 섭외하여 조합원을 대상으로 강좌를 진행한다. 강사들과 조합원 모두가 굉장히 만족스러워 하는 프로그램이다.
두 번째는 청년과의 연계사업이다. 협동조합 마을카페에서 청년과 함께 하는 사업은 크게 두 가지인데 그 중 하나는 영화상영이다. 기존에는 카페에서 소규모로 영화를 상영해왔으나 올해부터는 ‘과천 청년들의 수다팀’이라는 곳과 연이 닿아 월 1회 과천 중앙공원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영화를 상영 중이다. 두 번째 청년 연계사업은 청년기획단이다. 청년기획단은 지역 내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인기학과 소개, 캠퍼스 투어 등을 진행한다. 특히 인기학과 소개 프로그램은 청년기획단에서 해당 학과 재학생들을 직접 섭외하여 해당학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학생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고, 올해는 대상을 중학생으로까지 확장하였다.
세 번째는 조합원 동아리 운영이다. 조합원 중 재능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자유롭게 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할 수 있다. 현재 텃밭, 철학, 우쿨렐레, 에스페란토어, 뜨개질모임 등 다양한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조합원간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는 것 같다.
Q. 다양한 사업 외에 지역사회에 기여활동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마을카페 통은 이름은 카페이지만 식사를 함께 판매하고 있으며, 모든 음식들은 국내산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며 만든다. 연 1회 정도 카페에 지역의 지역아동센터 아동과 선생님들을 초청하여 식사를 대접한다. 마음 같아서는 더 자주 대접하고 싶은데 아직 여의치 않아 자주 못하는 것이 많이 아쉽다.
또 다른 것은 장애인 인턴십을 운영했던 것이다. 지역 장애인 센터 등을 통해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장애인들이 있었는데, 교육은 수료했으나 교육받은 것을 직접 실습해볼 수 있는 매장이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우리 카페에서 장애학생 2명을 각각 3개월, 6개월 동안 인턴으로 고용하여 커피 제조와 서빙까지 할 수 있도록 했었다. 여기서의 경험이 도움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두 친구 모두 다른 카페에 취업하여 현재까지도 잘 다니고 있다.
Q. 현재까지 협동조합을 이끌어 오면서 힘들었던 점은?
협동조합 마을카페는 비교적 운이 좋았던 것 같긴 하다. 주변에 좋은 분들도 정말 많이 계셨고 지금도 늘 도와주신다. 그럼에도 힘들었던 이야기를 몇 개 꺼내보자면 사실 처음 시작부터 힘들었다. 매장 운영에 대한 몇몇 우려들에 부딪혀 자칫 창립총회도 개최하지 못할 뻔 했다. 그분들의 우려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아무 것도 시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카페 운영에 우려를 표하는 분들과 전체 조합원들에게 현실적인 매장 운영방안과 향후 사업 운영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동의를 이끌어냈고, 그 결과 창립총회를 개최할 수 있었다.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매장을 오픈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막상 매장 오픈 후 3개월간은 영업이 정말 잘됐다. 3개월간 약 7000만 원 정도의 매출이 발생했는데, 결산을 해보니까 도리어 적자가 3000만 원 가량 되더라.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딱 이듬해 1월이 되더니 매장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 구정이 지나고 나니 당장 직원 인건비를 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적자가 많이 났던 이유를 되짚어 조사해봤다. 문제는 식자재비였다. 식자재비가 전체 지출의 50%가 넘는 걸로 계산 됐다. 설상가상 인건비도 57%가 넘더라. 식자재비랑 인건비를 합치니 벌써 100%가 넘었다. 막막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조합원들과 셰프들이 모든 메뉴에 대해 원가를 계산하고 재고를 파악했다. 재고를 우선 소진할 수 있도록 메뉴를 구성했고 식자재비를 절감하고자 노력했다. 지금은 식자재비의 비율이 많이 나오는 달에 39%정도. 평균 33~37%정도 된다. 지금도 다른 식당에 비하면 식자재비의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친환경식자재를 사용하다보니 이 이상으로 비율을 낮추는 것은 어렵더라. 그래도 원가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주방 시스템이 많이 개선되었고 체계화되었다. 위기가 오히려 주방시스템을 안정시키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반면에 인건비는 이사장이, 또는 조합원이 계산하여 낮출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고 끝에 직원들에게 매장 운영과 현재의 재정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 당시 직원들이 주 5일 근무를 했었는데 자발적으로 급여 변동 없이 주 6일 근무를 하겠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파트타이머 인건비를 조금 아낄 수 있었다. 정말 고마웠다. 물론 직원들의 근무일수는 2개월 뒤 카페 운영이 정상화되면서 다시 주 5일로 돌아갔다.
조합을 운영함에 있어 닥쳤던 위기는 수도 없이 많지만 꼽아보자면 위의 두 번이 가장 고비였던 것 같다. 사업을 해보긴 했지만 외식업 경험은 없었고, 나는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였다. 도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없었는데 직원과 조합원들이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나 혼자 모든 걸 해결하려고 했다면 아마 초기의 운영위기를 극복하지 못했거나, 2개월 만에 정상화시킬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도 함께 애써준 직원들과 조합원들에게 참 고맙다.
Q. 협동조합 마을카페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위기까지 들었다. 마지막으로 협동조합 마을카페가 꿈꾸는 미래는 무엇인지?
일단 단기적으로는 올해 첫 흑자를 기록하는 것이다. 올해 결산결과가 흑자로 나온다면 그간의 고생이 다 잊힐 것 같다.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협동조합 마을카페 아닌가? 이곳을 거점으로 우리 지역에 다양한 협동조합들이 많이 생겨 우리지역이 `협동조합 마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협동조합을 운영하다보면 조합원들과 지역주민들로부터 다양한 요구를 듣게 된다. 그런데 다양한 요구들을 수용하기엔 지금의 협동조합 마을카페로는 불가능한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여성들 같은 경우는 마음 놓고 갈 수 있는 차량정비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청년들은 청년끼리 신나게 활동 할 수 있는 공간 등에 대한 꿈이 있다.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조금씩 천천히 만들어가려고 한다. 누구든지 협동조합을 이용하는 마을. 굳이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지역. 협동조합 마을카페를 중심으로 다양한 협동조합이 생겨나 그런 일이 가능해지는 것이 우리 조합의 큰 꿈이다.